[잘 버는 것 이상의 잘 쓰는 삶]
‘오늘의 집’ 콘텐츠 매니저, 무과수

자신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고르는 무과수만의 기준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쓰고 싶은지’다. 그 물건을 오래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은 앞서 말한 여러 기준을 만족했을 때에만 우러나는 것이다.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를 한 번 내려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힘들게 번 돈, 제대로 쓰면 좋잖아요."
[경쟁보다는 유일함을 파세요]

워치메이커, 현광훈

그의 인생 경영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뻔하지 않은 곳에 올인’이 아닐까.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다들 한다는 작품 활동을 마다하고 새로 시계 제작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수업 커리큘럼이 갖춰진 학교로 유학을 가는 대신 홀로 작업실을 열고 이베이에서 이름 모를 도구부터 사들이며 독학을 시작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안 될 거란 소리를 들으니까 오기가 생기던데요.” 전 세계 40여 명이 전부라는 독립 시계 제작자 중 한 명인 현광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선택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10배 좋은 것을 되돌려받는 법칙]
비주얼 아티스트, 김건주

김건주가 한 달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은 단연 미술 재료다. 물감 같은 소모성 도구는 떨어지면 바로바로 채워 넣는다. 그는 이런 모습을 냉장고에 반찬을 두둑이 채워두는 것에 비유했다. 또 새로 나온 재료나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출시한 제품은 값이 좀 나가더라도 직접 사서 써보는 편이다.

“저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제일 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더 좋은 책을 사고 음식도 더 맛있는 곳에서 먹는 거예요. 그 자체가 저로서는 좋은 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드 머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를 써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예요.”

[‘행복 연비’ 높이는 문구 생활]
아무튼, 문구' '도쿄규림일기' 저자, 김규림

김규림이 소비에서 경계하는 것은 광고 알고리즘에 길드는 일이다. 김규림은 퇴사 이후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물건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그는 이런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디깅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잘 짜인 각본대로 제 인생이 어떤 불편함 없이 너무 잘 굴러가는 거예요.
제 취향을 저격하는 그 알고리즘에 지기 싫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업사이클링 공예, 쓰임의 가치를 부여하다]
유리공예가, 박선민

“기능을 다했다고 해서 물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역할로 새로운 존재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버려진 빈병이 우리 곁에 좀 더 있을 만한 가치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박선민은 유리공예가다.
특이하게도 그의 작품 재료는 소주병, 와인병처럼 다 쓰고 버린 유리병이나 유리 용기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빈용기보증금제도에서도 제외된,
그래서 어디서나 홀대받는 빈병이 박선민의 손을 거쳐 근사한 컵으로, 화병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를 통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가치를 높여가는 일의 중요성을 느낀다.

[나와 잘 지내기 위한 소비]
체조스튜디오 공동대표, 이정은&강아름

매거진 '사물함Samulham'은 체조스튜디오의 상징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소한 물건’ 한 가지로 100쪽이 넘는 잡지를 만드는 일, 상상만으로도 녹록지 않다.
평소에도 강아름과 이정은은 한 가지 물건을 보더라도 그 이면을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

"저희가 '사물함'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반짝 유행하는 책상보다 자취방에서 식탁으로도 활용하는 캐리어에 가까워요.
사물이 각자의 삶 속에서 이야기를 품게 되는 순간을 담고 싶었어요."
[살까 말까 고민할 땐 사세요]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상무, 장인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마케팅 팀을 이끄는 장인성은 요즘 영상 촬영용 장비를 사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
오늘도 그는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유튜브 영상에 등장해 흰 장갑을 끼고 택배 박스를 정성스럽게 풀어 헤친다.
그것을 왜 주문했는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얘기하는 목소리에는 ‘신났다’가 저절로 묻어난다.

“그 사람이 쓰는 물건 다섯 가지만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소비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의 51%를 차지하는 것 ]
문용이 한 달 생활비 중 식비를 제외하고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책, 영화, 음악 등 문화·예술에 관한 부분이다.
문용은 자신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면서 얻은 수혜만큼 돌려주어야
필드field가 ‘잘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제가 문화·예술 콘텐츠에 관한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이유
‘직접 소비’가 가장 좋은 후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의 소비]
평균적으로 새벽 배송 음식은 비싸다. 하지만 22년 차 프리랜서로서 일할 시간도 부족한 그는 생필품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거나
마트에 다녀오는 수고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신예희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은 간단했다.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그의 답은 '일을 좋아하고, 일을 잘하고, 더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저는 새벽 배송을 사랑하는데요, 독립한 이후에 새벽 배송 서비스가 특히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온라인 검색으로 더 싼 물건을 찾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주 써요.”

[창작자를 더 잘 응원하기 위한 소비]
‘오브젝트’ 슈퍼바이저, 김효정

오브젝트를 찾는 방문객의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다.
김효정이 그들에게 느낀 건 브랜드나 상품에 관한 이야기 또는 가치관에 매료되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소비하게 만드는 건 상품의 외양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끌어내는지, 공감할 수 있는지 여부다.

"위 세대가 볼 때는 ‘아니, 저런 걸 왜 사지?’ 할 수 있지만,
 작가의 작품이나 굿즈를 소비하는 세대에게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소비’와 화해하고 나아가는 법]
여기공 협동조합 이사장, 이현숙

이현숙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것만큼 주기적으로 쓰는 돈은 4개의 단체를 위한 후원비다. 그녀의 후원처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그녀의 집 앞 골목에 있는 ‘정오의 빛’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 들러 작은 컵을 사는 그녀만의 규칙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은 더 걸리지만 저는 ‘얼굴 있는 소비’가 더 좋아요."

[요가소년의 건강한 투자처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가소년

요가소년의 소비 생활에서도 건강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생활하는 그에게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설레는 일과 중 하나라고. 그와 아내는 카트에 넣는 식재료를 고를 때 육감을 최대한 곤두세운다.

“20대 때 장을 볼 땐 가격을 제일 먼저 봤어요. 물론 지금도 합리적 소비를 위해 가격을 보긴 하지만, 우선순위가 바뀐 거죠.”

Back to Top